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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성북구에 사는 즐거움, 오래도록 읽고 쓰는 기쁨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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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박희정
시조시인 박희정

성북구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즐거움을 찾기로 했다. 하여 2025년 시월, 성북구로 터를 옮겼다. 25개 자치구 중에서 문화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곳, 전통과 현재, 미래를 통시적으로 읽을 수 있는 곳이 성북구이다. 시차를 두고 생각해봐도 자랑거리가 차고 넘친다.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와 인접하면서 서울의 중심인 점, ‘성북동 비둘기’의 상징으로 여전히 예술적 이미지가 돈독한 지역이다.

시간을 만들어 성북을 읽고 있다. 성북천에서 한성대입구까지 걸으며 하천의 흐름과 사람들 발길 사이 여유를 읽는다. 걷거나 뛰거나 쉬거나 표정이 맑고 다정하다. 또한 성북구에는 도서관이 많고 프로그램도 변별력 있고 다양하다. 보문숲길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박완서 독서 모임〉을 통해 성북의 문학과 예술을 만났고 박완서 작가가 살던 보문동 집을 찾아가 보았다. 지금은 다가구 주택으로 변했지만 한옥일 때를 생각하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작품을 구상하고 썼을까, 내심 자부심이 생겨 오래 서성댔다. 더불어 북정마을에서 성북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컸다. 성곽을 따라 기다랗게 놓인 마을, 달동네산동네로 도심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마을, 자연과 도시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마을, 심우장 소나무 기운이 청청한 마을을 읽고 놀랐다. 북악산 아래 숲이 빼곡하고 산책길이 무덤덤하게 놓인 길상사, 어디에서든 나를 찾고 나를 읽을 수 있는 자락이다. 한옥과 자연과 불교의 흔적을 물 흐르듯 만날 수 있는 길상사는 자신을 고요하게 읽혀준다.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성북구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의 면면이 오롯이 전시된 곳이다. 기획전시를 통해 한용운, 박완서, 신경림 등을 자세히 읽을 수 있었고 백석, 이상, 정지용에 대한 강좌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문학과 예술에 마음을 둔 독자들의 ‘읽음’에 초점을 둔 강좌가 그저 반가웠다.

다시 사월, 읽을거리가 넘치는 봄날이다. 나무와 꽃의 미학, 사람과 대상의 시학, 시간과 공간의 공학이 돌다리 건너듯 마음에서 마음으로 건너기를 소망한다. 하늘빛에서 땅빛에 이르기까지 여백을 찾으며 오래도록 읽고 쓰는 봄을 보내는 즐거움, 함께라면 참 좋겠다.

※ 박희정
200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조집 『길은 다시 반전이다』 『들꽃사전』 『하얀두절』 『마냥, 붉다』 『말랑말랑한 그늘』, 시 에세이 『우리시대 시인을 찾아서』.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오늘의시조문학상 외 수상.

2026년 4월호
2026년 4월호
  • 등록일 : 2026-03-25
  • 기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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