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의 서쪽 관문은 혜화문이 자리한 야트막한 고개입니다. 그 동쪽으로는 성북천을 가운데에 두고 낮은 산들에 둘러싸인 넓고 평평한 지대가 펼쳐져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삼선평이라 불렀던 땅으로, ‘평(坪)’은 벌판이란 뜻을 가진 접미사입니다. 삼선교와 삼선동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조선시대 삼선평은 도성을 지키는 군사들의 훈련장이었습니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말달리기, 활쏘기, 창검을 사용한 각종 무예를 이 벌판에서 수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무과 시험장이 되었다가 어떤 날에는 국왕의 사열 의례를 펼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개화기 삼선평은 학생과 청년들의 씩씩한 호흡으로 가득 찼습니다. 봄가을이면 도성 안의 신식학교와 애국계몽단체가 운동회, 축구나 야구 같은 체육 경기를 개최했던 것이죠. 송강호·김혜수 주연의 영화 〈YMCA〉에서 그 광경을 훌륭히 재현했습니다. 체육행사와 함께 시국 강연회도 열었는데 대개 그 내용은 대한제국의 자주독립을 위해선 몸과 마음을 강하게 길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산 안창호의 삼선평 연설문이《서북학회 월보》1907년 6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삼선평이 들어간 노래도 만들었습니다. 바로 삼선초등학교의 예전 교가인데요, 1절 가사가 이렇습니다. “아침에 해 뜨고 밤에 달 뜨고 / 삼선평 넓은 들에 집들이 총총 / 집집이 자라나는 우리의 어린이는 / 한곳에 모여 사는 삼선 어린이” 예쁜 동요 같은 노랫말 속엔 우주의 섭리, 공존하는 마을과 학교,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한 장의 그림처럼 담겨 있습니다.
기록을 살펴보니 삼선평은 사람들의 활달한 기운이 한데 어울렸던 땅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건물에 가려 벌판이 보이지는 않지만, 한양도성 낙산 구간 산책로에 오르면 전체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맑은 대기 속 펼쳐진 도시의 경관 앞에 몸도 마음도 확 트일 것입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이 길에는 369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 예술터 같은 문화공간도 열려 있으니 꼭 들러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양(한성대학교 회화과), 〈369〉 (출처 : 성북마을아카이브).
(2023년 성북마을아카이브-한성대학교 예술학부 회화과 협업 프로젝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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