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돌아보고 마무리를 준비하는 11월입니다. 이맘때 성북의 마을 곳곳에서는 마을을 지켜주는 신에게 주민들의 건강과 평안을 비는 도당제나 산신제 같은 동제(洞祭)를 지냅니다. 그중 정릉공청 대동산신제는 주민들이 마을의 여러 일을 의논하고 처리하던 정릉공청회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토지신인 북악산 산신뿐 아니라 하늘의 신인 옥황상제에게도 제를 올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청회가 보관해 온 현판과 문서에서는 100년 넘게 이어온 마을 제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중 1988년 11월 9일 산신제에서 읽었던 축문 한 장을 들여다봅니다. 축문은 제사를 지낼 때 신에게 제사의 뜻과 기원하는 바를 아뢰는 글입니다. 이 축문은 날짜와 함께 제사를 올리는 주체를 ‘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릉동 주민 일동’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집집마다 질병을 물리치고 여러 재난을 없애주기를 빌며, 정성껏 차린 술과 제수를 받아주시기를 청했습니다. 함께 적힌 ‘산신제, 평화통일기원’이라는 문구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품었던 염원도 읽을 수 있습니다. 축문 속 바람은 나와 가족을 넘어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함께 제사를 준비하고 서로의 안녕을 비는 일은 해마다 이웃들이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1988년 축문에 적힌 날짜와 같은 11월 9일에 정릉공청 대동산신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성북마을아카이브에서 산신제와 관련된 기록물을 살펴보며,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마을의 제례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릉공청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1988년 정릉공청 산신제의 축문이다.
ⓒ정릉공청회, 성북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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