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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가 들려주는 동네방네 성북 이야기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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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 맺힌 이마 위로 펼쳐진 과거와 현재,
성북동 〈어린이 정경〉

어린이 정경 포스터

2026 성북문화재단 예술인지원사업 ‘프로젝트 앳@’에 선정된 예술 단체 중 한 곳인 ‘극단 깨움’과 성북동에서 나고 자란 7명의 어린이가 함께 만든 창작극 〈어린이 정경〉을 관람하기 위해 성북문화원으로 향했다.
‘극단 깨움’의 황재희 대표는 작은 학교가 속해 있는 지역 사회에 어린이의 목소리와 존재감을 가시화하고, 이 지역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공간’임을 확인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한다.

창작극 〈어린이 정경〉

성북초 재학생 6명과 졸업생 1명, 총 7명의 아이들은 늦은 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일상의 공간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아이들은 성북동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성북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는 곳까지 다다르게 된다. 기록되지 않아 희미해진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아이들이 또렷하게 그려내었다.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나들었지만, 아이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기 위해 에어컨 가동을 중지시켰다. 무대를 위해 여러 겹의 옷을 입은 아이들의 등은 흠뻑 젖었고, 중간중간 최연소 관객인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는 사이 어떤 아이는 조화벽이 되었고, 또 다른 아이는 유관순이 되었다. 또 다른 아이는 이은숙과 정정화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내가 되었다.
어른들의 언어와 시선이 독점하기 쉬운 ‘지역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7명의 아이들은 어른 작업자들과 동등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 자신들이 나고 자란 동네의 희미해진 역사를 직접 불러내고 드러낸 이 아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성북의 주인이자 예술가였다. 땀방울과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또렷한 목소리가 어우러졌던 그날의 무대가 우리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네는 듯했다. 어린이들의 존재와 목소리가 이토록 당당히 숨 쉬는 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성북동은 언제나 살아있는 공간일 것이라고 말이다.

명예기자 고은아




한집에서 피어난 두 조각가의 예술혼
최만린미술관 전시를 보고

두얼굴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조각가 최만린(1935~2020)이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살며 작업하던 집을 성북구에서 공공미술관으로 만든 곳이다. 이 미술관에서 열리는 《집: 두 조각가를 잇다》 전시를 보러 갔다.
최만린은 전셋집을 전전하다, 작은 새도 스스로 둥지를 짓는데 자신도 둥지를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정릉에 집을 설계해 짓고 1965년부터 15년 동안 이 집에 살며 작업을 했다. 1980년부터는 조각가 박병욱(1939~2010)이 이 집을 넘겨받아 30여 년간 이곳에 살며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는 이 정릉집에서 최만린과 박병욱이 작업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순박한 소년의 머리 위에 부엉이가 앉아 있는 박병욱의 조각상 〈소년과 부엉이〉는 꿈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한 작품이다. 박병욱의 〈두얼굴〉에서는 두 사람의 얼굴이 나란히 배치돼 있는데, 얼굴의 한쪽이 겹쳐져 두 사람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둘이면서 하나인 그 평온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조각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고요한 마음은 지금도 조각상 안에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소년과 부엉이

박병욱은 1996년 병으로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조각 작업도 계속했다. 미술관의 영상자료에서 남편 박병욱의 작업에 함께한 서양화가 문길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미술관 마당에도 최만린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길섶에 싱그러운 나무와 양치식물이 자라는 붉은 벽돌길을 산책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최만린미술관은 8월 휴관 후 9월부터 11월 28일까지 이 전시를 이어간다.
※ 〈집: 두 조각가를 잇다〉에 대한 추가 정보는 9면(문화)을 참고하세요.

명예기자 김선애




흙을 빚어 생명을 깃들게 하는 작업의 결실,
〈도자기박물관〉

도자기박물관

성북구청 SNS를 통해 알게 된 김남경 작가님의 〈도자기박물관 - 야생동물주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예비) 창업가 청년들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창업 사전 경험 및 창업 품의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인 ‘청년창업실험공간 공업사(성북구 삼양로 41)’에서 7월 약 한 달간 진행되었다. 김남경 작가님은 숲과 도시라는 상반된 배경에서 체감하는 심리적 거리를 토대로 내가 있는 공간을 인식하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동물로 은유하여 표현하는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도자기박물관 작품

전시 공간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도자 동물 인형들이 맞이해 주었는데, 자세히 보면 표정, 자세, 채색 표현이 저마다 달라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김남경 작가님과 인터뷰했을 때, 소녀 같은 모습에 단단한 눈빛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작품을 찍어내지 않고,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를 생명으로 빚어낸다는 철학을 공유해 주었다. 특히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작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과 닮아 있다고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숭고한 표현이자 작가님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동물이라도 매번 다르게 표현되는 모습은 실제 생명체가 지닌 고유한 개성을 떠올리게 했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숨은 의도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전시장 안에서의 시간은 어느새 무한히 확장되는 듯했다.
비록 김남경 작가님의 〈도자기박물관〉 전시는 막을 내렸지만, ‘청년창업실험공간 공업사’에서는 매달 새로운 전시가 이어진다고 한다. 청년들의 감각적인 전시와 다양한 시도를 만나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명예기자 강내영

2026년 9월호
2026년 9월호
  • 등록일 : 2026-08-25
  • 기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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