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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인의 이야기] 엄마의 운전면허증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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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관(성북동)

제 지갑에는 오래된 운전면허증 한 장이 있습니다. 힘든 날이면 꺼내 보는 이 면허증에는 군 복무 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날 면회를 온 엄마는 제대 날 직접 차를 몰고 오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평생 운전과 거리가 멀었고 문자 보내기도 어려워하던 분이라 아버지는 핀잔을 주었지만, 엄마는 물러서지 않고 운전학원에 등록했습니다.
필기시험에 몇 번이나 떨어지면서도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사서 고생하지 말고 때려치워라”라며 말렸지만, 엄마는 “내가 한다카이 하면 한다”라며 웃어넘겼습니다. 결국 끝없는 도전 끝에 필기와 실기를 모두 통과했습니다.
면허증을 받아 든 날, 엄마는 상장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하며 힘겹게 이뤄낸 성취감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제대 후, 엄마는 삼촌 차의 운전석에 앉아 저를 뒷좌석에 태우고 첫 주행에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차가 마산 해안도로에 들어서자 어깨의 힘이 풀리며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백미러로 저를 보며 “어떠노? 엄마 운전 잘하지?” 묻던 얼굴과 소리 내어 웃으시던 모습은 해안도로의 풍경보다도 선명하게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엄마는 어느 봄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모서리가 닳고 색이 바랜 면허증을 볼 때마다 시원시원하게 운전한다며 신나 하던 목소리와 해안도로에서의 웃음이 들리는 듯합니다. 삶이 주저앉는 날이면 저는 이 면허증을 보며 다시 등을 켭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엄마, 내 걱정은 하지 마이소.
나도 엄마처럼 해볼랍니다.”

2026년 9월호
2026년 9월호
  • 등록일 : 2026-08-25
  • 기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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