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쩐 카잉 번
베트남의 한 유명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살아갈 때는 그저 머무는 땅일 뿐이지만, 떠나고 나면 그 땅은 영혼으로 화한다!” 이 두 구절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일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제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줍니다.
저에게 한국에서 보낸 아홉 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0년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 한국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제가 머물렀던 곳은 성북구의 한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베트남통신사(Vietnam News Agency) 공관이었습니다. 그 집은 특파원의 숙소를 넘어, 제 가족과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한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성북을 찾은 것은 2008년이었습니다. 서울 도심의 화려함과는 달리, 성북은 낮은 주택들과 푸른 나무, 골목길이 어우러진 평온한 동네였습니다. 그 풍경은 제게 베트남 하노이의 오래된 골목을 떠올리게 했고, 낯설기보다는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그 첫인상이 제가 성북을 사랑하게 된 이유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의 9년 동안 저를 이곳에 머물게 한 것은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었습니다. 바로 옆집에 제 아버지와 같은 연배의 할머니가 살고 계셨는데, 저희 가족을 친자식처럼 아껴 주셨습니다. 할머니뿐 아니라 아들, 며느리, 손주들까지 모두 저희 가족을 오랜 친척처럼 대해 주었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서로 나누는 일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 소박한 정 덕분에 타국에서 살아가는 베트남 가족의 삶은 언제나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뒤, 저는 두 번째 임기를 위해 다시 성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낯선 곳에 온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10년 사이 성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성북천은 아름답게 정비되어 산책로와 자전거길, 꽃길,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녹색 쉼터를 갖춘 공간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동네도 한층 현대적으로 바뀌었지만, 제가 가장 반가웠던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평온함이었습니다. 익숙한 언덕길과 골목길, 그리고 제가 좋아하던 아담한 카페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집을 단순히 살아가는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진정한 집이란 추억이 쌓이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성북의 집은 기자로서 성장한 곳이었고, 제 가족이 한국의 따뜻한 이웃들에게 진심 어린 사랑을 받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북을 떠날 때마다 ‘안녕’이라는 작별 인사 대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마음속으로 되뇌곤 합니다. 제게 단 하나의 소원이 허락된다면 성북천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해, 언제든 다시 성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
쩐 카잉 번
베트남 국영 통신사 VNA(Vietnam News Agency) 서울지사장.
성북구에 오랫동안 거주해 온 베트남 출신 주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