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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책] 11월의 산책, 문학인의 흔적을 따라 걷는 사색의 길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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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지듯, 한 해 동안 쌓여온 생각들도 차분히 내려앉습니다. 이럴 때 산책은 쌓여있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줍니다. 성북동 한적한 골목 안쪽에는 소설가 이태준(1904-?)이 살았던 수연산방(壽硯山房)이 있습니다. ‘벼루[硯]가 목숨을 다할 때까지[壽] 글을 쓰는 집’이라는 당호에는 문학 활동이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대로 수연산방은 많은 문학인이 글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던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이태준이 사랑한 산방에는 언제나 이야기와 사색이 넘쳐났습니다.

시인의방_방우산장
▲ 시인의방_방우산장 ⓒ성북문화원

수많은 글과 생각이 오가던 공간을 지나 성북로를 따라 내려가면 시인 조지훈(1920-1968)의 사상을 담아 만든 조형물 〈시인의방_방우산장〉이 보입니다. 조지훈은 자신이 머물렀던 집마다 ‘방우산장’이라 불렀습니다. 여기에는 ‘마음속에 소를 한 마리 키우면 직접 소를 키우지 않아도 소를 키우는 것과 다름 없다[放牛而牧牛]’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방우산장은 내면의 사유가 외적 실천과 다르지 않다는 그의 철학을 담아낸 장소입니다.

방우산장에 앉아 우리 안의 상념들을 정리하고 다시 길을 내려가면 작은 표지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북로10길로 들어가는 초입에 세워진 이 표지석은 김광섭(1905-1977)의 집터와 그의 삶을 짤막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표식 하나에 남겨진 김광섭의 흔적 앞에 서면, 『성북동 비둘기』(1969)에 수록된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정다운 / 너 하나 나 하나는 /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

산책이 끝나면 지금 쌓아 올렸던 생각들도 조금씩 변형되고 흐려질 겁니다. 하지만 오늘 지나온 공간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듯, 형체가 사라져도 마음에 스미는 시구처럼, 쌓인 생각은 또 다른 씨앗이 되어줄 겁니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 성북의 문인들이 남긴 자취를 걸어보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만나듯, 이 길 위에서의 생각들도 또다시 우리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성북문화원 마을아카이브팀 ☎ 02-765-1611
성북구청 기획예산과 ☎ 02-2241-3813

2025년 11월호
2025년 11월호
  • 등록일 : 2025-10-27
  • 기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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