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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인의 이야기] 결혼은 이인삼각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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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정릉동)
결혼을 이인삼각 경기에 비유한 누군가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살짝 웃으며 넘겼다. “결국 발목만 묶인 채로 불편해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결혼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비유가 얼마나 본질을 꿰뚫는 말인지 깊이 깨닫는다.
이인삼각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다.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보다, 서로의 걸음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먼저다. 결혼도 같다. 내 속도에 상대를 맞추려 하기보다, 내가 먼저 멈춰서 상대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둘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면, 어느 한쪽이 무리해서 앞서 달릴수록 결국 둘 다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이 경기는 포기 없이 끝까지 함께해야 의미가 있다. 누군가가 중간에 “더 이상 못하겠어!” 하며 발을 빼버리면, 그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승패가 달린 건 누가 먼저 골인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걸어갔느냐에 달려 있다.
돌이켜 보면, 결혼은 따로 준비 운동도, 감독도 없는 진짜 인생 경기다. 서로 발목이 묶인 채 울퉁불퉁한 길 위를 함께 걷고 뛰는 것이다. 힘에 부치고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서로의 발목을 다독이며 천천히 한 걸음씩 나가는 일이다.
때론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함께 일어나면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승리다. 언젠가는 완벽한 호흡으로, 서로의 걸음이 하나 되는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느리지만 꾸준히, “Slow & Steady” 그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