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정릉3동 북악산 숲 바로 옆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한 정릉수녀원에는 위기에 처한 여성 청소년(14~24살)을 위한 ‘자오나학교’가 있다. 천주교원죄없으신마리아교육선교수녀회가 2014년부터 운영해 온 소규모 생활형 대안학교다. 가정 폭력 등으로 위험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고,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 출산 뒤 아기를 키우면서 공부하며 자립을 준비할 수 있다. 그동안 50여 명의 청소년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2~3년씩 머무르다 떠났다.
지난 2월 자오나학교의 네 번째 교장으로 부임한 지서운(61, 크리스티나) 수녀는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을 마련할 비전을 만드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함께 했던 교장, 교사,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 5시간 넘게 그간의 10년을 되짚어 보며 당면한 문제를 점검하고, 앞으로 10년을 또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특히 시설에 입소를 원하는 위기 청소년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가 이뤄졌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의 수는 늘고 있고 연령대는 더 낮아지고 있는데, 이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쉼터나 보호시설 등에서의 공동생활을 꺼리고 간섭받기를 싫어하며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성향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다.
자오나학교 교장 지서운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고 싶다.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곳으로
힘들어도 끝까지 동행하려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과 도움을 주는 대상의 범위를 넓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우선 제공하면서 만남의 폭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바꿔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존 운영의 세 축(교육, 양육, 진로)은 유지하되 아이들의 상황과 특성을 살펴 개별적인 필요에 대응하는 방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서운 교장은 후원자, 봉사자, 부모, 교사들, 보호시설, 쉼터, 구청, 학교 관계자 등이 한 명의 아이라도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함께하며 애쓰고 있는 것을 보며 “위기에 처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가 함께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우리가 돕지만 나중에는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또 다른 어려운 이들을 돕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라고 말했다. 실제 자오나학교 졸업생 한 명이 취업한 뒤 흰 봉투에 기부금 백만 원을 넣어 학교를 방문해 모두에게 감동을 준 이야기는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이 졸업생은 “막 살고 있었는데 자오나에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었다.”라며 20살이 되면서부터 자오나에 기부하고 매달 후원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지서운 교장은 “현재 2천여 명의 후원자가 있어 큰 재정 부담 없이 아이들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특히 100여 명의 후원자는 개교 때부터 10년째 함께 해 줘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발로 뛰는 교장이 되어 도움이 필요하고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들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매달 두세 번은 보호시설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아이들을 아낌없이 도울 수 있게 후원자들도 늘려 갈 계획이다.
[자오나학교 입학 안내]
• 정원 소수 입학제
• 대상 14~24세의 청소년 중 임신하여 출산을 앞둔 친구, 어려운 가정환경 및 위기상황으로 학업을 계속하기 힘든 친구 등
• 입학절차 면담 후 결정(수시모집)
• 입학혜택 교육비와 숙식비 무료, 치과 및 의료비 지원, 출산 및 양육 물품 지원, 1:1 취업 상담 및 수준별 학습, 졸업 시 소정의 장학금 지급 등
• 교육내용 검정고시 대비 기본 교과목 수업, 생활 자립 및 좋은 엄마 되기 교육, 직업 체험 및 현장 실습, 문화 예술·체육·취미 활동, 봉사 프로그램 등
• 주소 서울시 성북구 정릉로 10라길 31
• 전화번호 ☎ 02-911-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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