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김인선
약간의 수고가 더 큰 행복을 불러온다.
작년에 오동숲속도서관의 개관 소식을 들었지만, 굳이 산 중턱에 있는 도서관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다. 산은 커녕 평지도 버거운 나에겐 무리였다. 주변에서 오동숲속도서관의 환경이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와도 왜 꼭 가야 하냐며 산에 오르지 않을 이유를 찾아내곤 했다.
처음으로 오동숲속도서관으로 가던 길, ‘으아, 이 언덕은 왜 이리 힘든 거야.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며 구시렁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 불평은 어느새 감탄으로 바뀌었고, 맑은 공기, 멋진 경치, 좋은 책이 그곳에 다시 갈 이유를 주었다. 한두 번 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 언덕을 오르는 일은 나의 루틴이 되었다. 도서관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고 나면 성취감이 따라왔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의미 부여를 참 많이도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이 스스로 언덕을 오른다는 건 거의 기적이다. 송골송골 이마에 맺히는 땀이 훈장처럼 느껴져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오늘도 해냈다!’
어느 일요일, 도서관에 들렀는데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었다. 속상했지만 인상을 찌푸리던 찰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공원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시니 꽃내음이 느껴졌다. 나만의 야외 도서관이 생긴 것만 같았다. 이 공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날씨는 곧 더 따뜻해져 언덕을 오르려면 굵은 땀방울이 맺히겠지만 땀이 나면 어떠랴, 운동도 되고 좋다.
누군가 나에게 힐링 장소가 있냐고 물어보면 이제 오동근린공원의 벤치라고 말하고 싶다. 나만 아는 비밀로 감춰두고 싶지만,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다른 이들에게도 힐링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 언덕을 올라야만 펼쳐지는 마법 같은 공간을 더 많은 이들이 즐기기를!